관운(官運)은 나를 극하는 오행이다. 즉 나를 죽이거나 손상시키는 오행이다. 이 관운이 좋게 작용하면 명예, 권력, 직책, 직위가 된다. 그런데 나쁘게 작용하면 질병, 사고, 형벌, 사망 등으로 다가온다. 이 관운의 원천이 재운이다. 인간이 누리는 세속적인 행복의 큰 원천이 재운인데, 이것이 고통의 의미를 가지는 관운의 뿌리가 된다. 재운을 잘못 쓰면 부정적 의미의 관운으로 바뀐다. 반대로 재운을 잘 쓰면 긍정적 의미의 관운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재운의 속성이, 현실적이고 신체적인 욕망에 집착하게 하므로 긍정적으로 쓰기가 아주 어렵다. 과도한 재운은 반드시 인간을 부패시키고 타락시킨다. 또한 과도한 재운은 고통을 야기한다.
아버지는 농사꾼이었다. 도시 근교여서 비닐하우스에 채소도 키우고 벼농사도 지었다. 주변 사람들이 농사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헐값에 농지를 내 놓으면 여유가 있는대로 조금씩 땅을 사 모았다. 그런데 부동산 붐이 일어 근처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땅값이 올라가자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개발업자들에게 땅을 팔고 마을을 떠났다. 그러나 그는 꿈쩍도 않고 농사만 지었다. 그의 땅을 탐내는 개발업자들이 수시로 찾아와 땅을 팔라고 종용하였지만 "농사꾼이 농사 지어야지. 이 땅 팔면 나는 뭐하고 살거냐" 며 버텼다. 주변 가족들은 그를 답답해 했다. 목돈 챙겨 은행에 넣어두고 이자만 받아도 편안하게 살 수 있는데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난리를 쳤지만 그는 들은 척도 안했다. 그에게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아들이 가장 불만이었다.
그가 천수를 다하고 죽자 아들은 그 땅을 얼른 팔아 치웠다. 땅값 수백억원을 손에 쥐었다. 농사꾼의 아들이 갑자기 수백억 원대의 자산가가 되었다. 소박하던 그의 삶이 갑자기 화려하게 바뀌었다. 대형 아파트와 고급 외제차, 명품으로 온 몸을 휘감고 다녔다. 고급 룸살롱을 드나들며 날마다 술과 여자에 파묻혀 지냈다. 그래도 재산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다.
그렇게 호사를 누리던 그의 생활이 몇년도 되지 않아 몸에 이상이 왔다. 부자 몸조심 한다고 평소에 몸에 좋다는 것은 다 챙겨 먹고, 골프도 치고 운동도 열심히 했건만 몸은 야금야금 축나고 있었다. 말기암 판정을 받은 그는 수술과 항암치료 등으로 일 년여를 고통 속에서 보내다가 결국은 사망했다.
그의 사주를 봤을 때 큰 재산을 지닐만한 그릇이 못되었다. 재운과의 인연은 쉽게 되나 그재운이 기신(忌神)이 되어 오히려 그를 괴롭힐 수 있었다. 과도한 재운이 그의 명을 재촉했다. 만일 그가 그 재산의 일부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했더라면 그렇게 험한 일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일 재산이 삼백억 쯤 되면 백억 내 놓아도 남은 이백억으로 자손 대대로 경제적 여유를 누리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연예인 F씨는 지독한 구두쇠로 소문나 있었다. 그의 지인들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십원짜리 하나에 벌벌 떨었다고 한다. 지인들과 어울려 골프를 치거나 술을 마셔도 절대로 자신이 계산하는 법이 없었다고 했다. 자기처럼 유명 인사가 같이 어울려주는 것만해도 영광으로 생각하라며, 친한 친구들에게 밥 한번 산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그도 아들에게는 고급 외제 스포츠카를 사 주었다. 그런데 그 아들이 그 차를 운전하다 사고를 내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관운은 남자에게 자식도 되는데, 과도한 재운이 관재가 되어 아들의 목숨을 빼앗았다. 그 일이 있은 몇년 후 그도 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상(相)을 보면 빈천한 상이었다. 큰 재운을 누릴만한 상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재산이 많아도 누리지 못하고, 평생을 잔돈에 벌벌 떨며 살았다.
어느 정도 먹고 살만 하면 친구들에게 밥도 한 끼 사고, 어울리면 술값도 한 번 쯤 낼 수 있어야 한다.가끔은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기부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에 부자가 되면, 여기에서 부자는 일반적인 기준에서의 부자이다. 얼핏 듣기에는 요즈음은 재산이 30억이나 40억 쯤 넘어 가면 부자라는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렇게 부자의 반열에 들면 반드시 일정 금액은 기부를 해야 한다. 교회의 십일조 헌금이 참으로 합리적이다. 재산의 10 퍼센트 정도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해도 재운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재산이 많아질수록 기부의 비율은 올라가야 한다. 수천억 또는 조 단위가 넘어가는 재산을 가진 사람은 90 퍼센트 이상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관재로부터 안전해진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우리나라의 재벌가 치고 자식을 사고로 잃지 않은 집안이 드물다. 큰 부자들의 삶이 세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다. 엄밀히 따지면 일반 서민들보다 더 불행한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다. 돈을 꼭 움켜쥐고 내놓지 않기 때문에 불행의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그들 곁을 떠나지 못한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같은 사람들은 천문학적인 액수의 재산을 기부한다. 그들은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삶의 기술을 터득한 사람들이다.
578억을 KAIST에 기부한 류근철 한의학 박사는 "기부를 하고 나서 잠도 잘 오고 앓던 협심증이나 폐렴도 싹 없어졌습니다. 60대 이상 부자 노인에게 재산의 사회 환원이 최고의 건강 비결이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라고 신문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런 분들이야말로 재를 제대로 쓰고 있고 그래서 재의 폐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으며 재가 주는 진정한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경우다.
로또 복권 일등에 당첨되면 엄청난 횡재가 될 수 있다. 최소한 현금 10억 정도는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로또 일등 당첨의 꿈을 안고 열심히 숫자를 써 넣고 토요일 밤을 기다리고 있다. 전국적으로 일주일에 적어도 몇명은 횡재의 꿈을 실현시키고 있다. 인생의 판도가 달라지는 짜릿한 일들이 매주 몇명에게 일어나고 있다. 흥분되고 가슴 설레는 일이다. 그런데 복권 당첨자들의 삶이 다 행복할까? 만일 가난한 서민이 로또 일등에 당첨되었다면 그 기쁨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만큼 클 것이다. 당분간, 적어도 몇년간은 매우 행복할 것이다. 그런데 한계효용(限界效用)의 이론에 의하면 일정한 재화(財貨)는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정도에 한계가 있어, 초기에는 만족도가 크다가 시간이 가면서 차츰 만족도가 줄어들어 그 재화를 얻기 전의 상태로 돌아간다고 한다. 즉 복권에 당첨되기 이전의 심리 상태로 돌아가서 무덤덤해진다는 것이다. 기대했던 것만큼 마냥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복권 당첨이 불행을 불러 올 수도 있다. 복권 당첨자들을 조사해 보면 당첨 이전보다 더 불행해진 사례가 매우 많다고 한다. 대부분 소송에 휘말리고, 건강이 나빠지고, 이혼 등 가정파탄이 오고, 마약이나 알콜에 중독되고, 자식들에게 불상사가 생기고, 투자 실패로 빈털털이가 되고, 도박에 빠져서 패가망신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다.
2009 년 보도된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한다.
복권 사상 세계 최고액 당첨자가 불과 5년 만에 완전 빈털털이가 됐다. 지난 2002년 12월 25일 약 2897억원짜리 복권에 당첨돼 세계최고
의 '크리스마스 선물' 을 받았던 미국인 사업가 잭 휘태커(Whittaker)씨는 이미 무일푼의 상태가 됐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복권 당첨 전에도 건설회사를 운영해 재산이 100만 달러에 달했던 그는 복권 당첨금으로 1억1170만 달러를 받았다.
그러나 복권은 그에게 행운 대신 불행을 가져다 줬다. 2003년 9월엔 손녀의 남자 친구가 자신의 집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졌고, 그 남
자 친구 가족이 소송을 제기해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줬다. 같은 해 12월 손녀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졌다.
휘태커씨는 또 도박으로 거액을 탕진했고, 차에 도둑이 들어 현금 54만5000 달러를 털리기도 했다. 그의 집엔 수시로 도둑이 들었고, 누
군가 그의 수표를 위조해 은행에 남겨뒀던 돈마져 모두 털어가 지금은 무일푼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이렇듯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뜻밖의 횡재가 마냥 좋은 것 만은 아니다. 그러나 죽을 때 죽더라도 한 번 쯤 자신에게 뜻밖의 돈벼락이 쏟아졌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 돈벼락으로부터 안전하게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바로 자선행위이다. 잭 휘태커처럼 3천억 가까운 엄청난 횡재를 한 사람은 90 퍼센트 이상을 기부해야 안전해진다. 일반적으로는 최소한 횡재한 금액의 10 퍼센트에서 30 퍼센트 정도를 기부하는 것이 좋다.
기부를 하는 것이 나의 재산을 공짜로 그냥 남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 저축하는 것이다. 너무 많이 가지고 있으면 썩어 문드러져서 독이 될 수 있는 재산을, 하늘이라는 은행에 맡겨 두는 것이다. 수 없이 되풀이 되는 윤회라는 삶의 여정에서 그렇게 하늘 은행에 저축해 놓은 돈은 이자가 붙어 우리에게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이것은 막연한 피상적인 얘기가 아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우주의 법칙이다. 인간의 삶이 포함된 우주 전체의 흐름에서 머리카락 한 올 만큼의 빈틈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내가 누군가를 기쁘게 했으면 반드시 나도 그만큼 기쁠 것이고, 내가 누군가를 아프게 했으면 반드시 나도 그만큼 아플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행복을 선물하면 그것은 내가 내게 행복을 선물하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한다면 내가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다. 이 진리는 수 많은 성인과 현자들이 옛날부터 누누이 해 온 얘기들이다.
'운명을 말한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 부부 인연 (0) | 2010.09.19 |
---|---|
11. 관재(官災)를 만드는 재운 (0) | 2010.09.15 |
9. 재운(財運) ㅡ 세속적 행복 (0) | 2010.09.12 |
8. 홀로 웃다(獨笑) (0) | 2010.09.10 |
7. 장애인 (0) | 2010.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