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말한다

5.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금린학당 2010. 9. 3. 12:47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하던 날 학생들로부터 여러 통의 전화와 문자 메시지가 왔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을 예견하고 달(月)까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느냐는 내용들이었다. 소름 끼치고 무섭다고들 했다. 예상을 하고 있었던 나의 입장에서도 대단히 큰 충격이었다. 그런 극단적인  방법만이 해결책이었을까 하는 원망스럽고 나무라는 마음과 불쌍하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주변에 그렇게 사람이 없었던가, 특히 운명적인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그렇게 없었던가 하는 생각도 했다.

     2009 년 기축년(己丑年)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치명적인 세운(歲運)이었다. 명리학에 대한 소양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약간 전문적인 설명을 해보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주에서는 수기(水氣)가 용신(用神)이다. 용신은 어떤 사주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오행(五行)을 말한다. 우주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리는 조화와 균형의 법칙이다. 넘치는 것은 덜어내고 모자라는 것은 채워서 균형을 이룬다.조화와 균형의 원리로 규정되어 있는 우주의 법칙은 소우주인 인간의 삶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주팔자라는 한 인간의 운명 코드에도 조화와 균형의 원칙은 반드시 지켜지도록 되어 있다.

     일간(日干)을 중심으로 일간과 다른 천간과의 강약비교(强弱比較), 음양비교(陰陽比較)를 통해 그 사주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요소를 찾아야 한다.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요소, 이것을 용신이라고 한다. 사주가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우리는 운이 좋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주에서는 수기가 용신인데 57 세 무렵부터 그 수기가 힘을 잃는다. 즉 57 세 이후부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57 세 이후는 그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때인데, 사실은 매우 힘든 운에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버거운 관운을 짊어졌던 것이다. 임기 내내 그는 그 무거운 관운에 짓눌려 지냈다. 논리적이고 똑똑하고 고집세고 영리한 자신의 능력으로 어떻게든 운명의 역풍에 맞서 싸워 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우리나라 국운(國運)과도 상충(相沖)되는 사주였으므로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쳐 볼 수가 없었다. 짐작컨데 5 년의 대통령 임기 동안이 그에게는 지옥과 같았을 것이다. 대통령 자리에 앉음으로 인해서 그는 운명적인 불운의 상태에 진입한 것이다. 그 불운은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 그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더라면 자살 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또는 자신의 불운을 예상했더라면 대통령이 되려는 시도도 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엄청난 자리, 특히 우리나라 대통령은 제왕적 권력을 누린다고들 하는데 그런 권력의 정점에서 그는 오히려 좌절과 비애와 수모를 겪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누구나 부러워하고 그 자리를 탐내어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를 꿈꾸고 있지만 운명적인 관점에서 보면 치명적인 불행의 씨앗을 만드는 자리가 바로 그 자리이다. 역대 대통령들을 보면 알 수 있다.망명하거나 암살 당하고, 본인이 감옥에 가거나 자식이 감옥에 갔다. 큰 호사는 큰 희생을 요구한다.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은 명심해야 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희생을 담보하지 않고 자신의 호사와 일족의 영달을 위해서 대통령이 된다면 반드시 큰 불행을 겪게 된다는 것을.

     기축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주(日柱) 무인(戊寅)에서 봤을 때 1 급 선전(旋轉)이 된다. 1 급 선전은 한마디로 말해 정신과 육신이 분리되는 운이라고 할 수 있다. 죽는다는 얘기다. 그만큼 힘든 운이라는 뜻이다. 이 운에서는 치명적인 질병이나 사고, 파산, 파경을 겪을 수 있는 운이다. 또한 기축년은 기토(己土)의 세력이 매우 강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주에서 기토는 겁재(劫財)를 의미한다. 그런데 그의 사주에서 겁재는 매우 좋지 못하게 작용한다.

     겁재는 형제, 자매, 친구, 주변사람, 인맥을 상징한다. 또는 재산을 빼앗긴다, 몸이 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다.사주에 겁재가 많은 사람은 인덕이 없고 돈을 잘 모으지 못하고 신체적인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별로 두려워 하지 않는다. 그래서 위험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겁재는 정재(正財)를 극하는데 정재는 몸을 의미하고 남자의 경우 배우자를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정재의 가장 큰 의미는 경제력이다.

     겁재가 나쁘게 작용하면 주변사람으로부터 배신 당하고 몸을 상하고 돈을 잃는다. 또한 배우자에게 좋지 못한 일이 생긴다. 2009 년 5 월은 월운(月運)이 기사(己巳)가 되어, 좋지 못한 기토의 세력이 매우 강해져 있엇다. 또한 23 일의 일진(日辰)은 무진(戊辰)이 되어 기토 겁재의 세력이 더욱 증폭 되었다.결국 그는 절벽 아래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다.

 

     그가 퇴임할 때부터 나는 2009 년 기축년을 걱정하고 있었다. 2008 년 무자(戊子) 세운 8 월 쯤 외국으로 나갔으면 했다. 그 즈음 그에게 외국으로 나갈 운이 있었고 나갔으면 아주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움직이지 않았고, 청와대 기록물 유출, 인터넷을 통한 영향력 행사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항하려고 했다. 고향으로 내려갔으나 삼가하고 근신하고 언행 조심을 하지 않았다. 옛 현인 군자들의 처신을 본받지 않았다. 그는 실기(失機)해 있었고 때(時)도 좋지 못했다. 그는 죽은 권력으로 살아있는 권력에 맞섰다. 그는 투쟁하고, 모험하고, 자신의 전부를 던지는 승부수를 띄워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올랐지만 퇴임 후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퇴임 후 2 년 정도 외국으로 나가서 '묵언(默言)' 하고 있었더라면 불행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학교 수업 중 유명인들의 사주를 놓고 분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주도 여러번 강의 자료로 삼았다. 2003 년 취임 하자마자 2004 년 갑신(甲申) 세운에 천극지충(天克地沖)으로 탄핵을 예견했고 탄핵 후 그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진다는 것도 얘기했다. 그러나 그의 대운은 쇠(衰)하고 있었다.

 

     그는 논리적이고 다혈질이며 자기주장이 매우 강한 성격이다. 주변의 영향 때문에 쉽게 자기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식욕, 성욕 등 몸의 감각을 충족시키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고, 현실적인 재운(財運)도 없어 돈에 대한 집착도 없다. 오히려 정신적인 영역은 대단히 발달해 있어 수행자가 되기에 적합한 사주였다. 아니면 학자가 되었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크게 발휘했을 것이다.

     또한 권위적이고 고집이 강하며 부러질망정 휘어지지 않는다. 나는 그의 그런 성격 때문에 기축년의 악운을 맞아 신변에 대단히 어려운 일이 발생할 것을 예견했었고, 강의 중 여러 번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을 했엇다. 그러나 명리학적인 관점에서, 이론상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보니 나도 섬뜩했고 같이 토론하고 공부햇던 사람들도 놀라워 했다.

 

     권력의 정점에 서 보았던 그가 권력의 속성에 그렇게 무지했던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자신이 휘둘렀던 권력은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상하게 하려고 되돌아 온다. 손에서 권력이 떠나는 순간 납작 엎드려야 한다. 자신을 향해 되돌아 오는 부메랑을 피하기 위해 납작 엎드려야 한다. 엎드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봉사이다.병들고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 그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어 지는 것이다. 두 번째 좋은 방법은 공부와 기도이다. 공부를 하는 것은 선생 앞에 엎드리는 것이고 기도를 하는 것은 신앙의 대상 앞에 엎드리는 것이다. 어쨋든 엎드려야 한다. 때와 기회를 얻어 세상을 경영 할 때는 최선을 다해 마음껏 자신의 뜻을 펼쳐 보이고 운이 다하면 도(道)를 품고 숨어야 한다. 그리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 황석공(黃石公)의 소서(素書)는 처세의 글이다.

 

    현인 군자는 성쇠의 이치에 밝고

    성패를 예견하는 법을 터득했으며

    질서와 혼란의 형세를 살피고

    가고 오는 이치에 통달했나니

    숨어서 닦으며 때를 기다려

    때를 만나 나아간 즉 백성을 위해 정성을 다하고

    기회를 얻어 움직인 즉 큰 업적을 남긴다

    허나 운을 만나지 못하면

    그대로 한 평생을 다할 뿐이다

    賢人君子 明於盛衰之道

    通乎成敗之數

    審於治亂之勢

    達乎去就之理

    故潛居抱道以待其時

    若時至而行則能極人臣

    得機而動則能成絶代之功

    如其不遇沒身而已

 

     여기에서 성쇠지도(盛衰之道)나 성패지수(成敗之數)는 운명의 흐름을 예견하는 학문을 말한다. 옛날의 현인 군자들은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운명을 궤뚫고 있었다. 공자도 나이 쉰 살에 지명(知命)을 얘기했다. 쉰 살이 돼서야 자신의 운명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자신의 운명을 알아야 분수를 알고 진퇴를 결정할 수가 있다. 운명을 모르더라도 자신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잘 살펴, 지금 자신이 누리고 있는 행운이 자신에게 적합한 지를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자신의 능력과 분수에 넘친다 싶으면 조금씩 덜어내야 한다. 덜어내는 방법은 기부와 봉사와 겸손이다. 또한 사회적 윤리나 법률을 중시하는 생활 태도이다. 지위가 올라 갈수록 마른 자리를 상대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진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항상 약자의 편에 설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성취에 도달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한 희생이 필요하다. 자발적이고 맑고 깨끗한 희생은 더욱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자발적 희생이 없으면 반드시 치명적인 타격이 엄습할 것이다. 이것이 우주의 원리이고 삶의 원칙이다.

     자리에서 물러나 초야에 묻혔으면 서슬푸른 결기는 감추고 은인자중(隱忍自重)해야 몸을 보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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