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감(五感)에 의해 외부 세계를 인식하고 외부 세계의 변화를 감지한다. 눈, 코, 귀, 입, 피부를 통해 빛, 냄새, 소리, 맛, 촉감을 감지한다. 우리는 이 오감에 의지해서 생명 활동을 영위하고 있다. 오감은 신경계를 통해 두뇌에 전달되고 우리의 의식은 오감의 정보를 통해 상황을 판단하고 적절한 반응을 한다.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동물은 오감을 감지하는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고 신경계와 두뇌를 또한 갖추고 있다. 오감은 고등 생물에게는 생존을 가능케 하는 필수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오감을 모두 상실한다면 스스로 생존하기는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 인식이 반드시 오감으로만 가능할까? 정보 전달이 오감으로만 이루어질까? 몇가지 사례를 통해 오감이 아닌 또 다른 정보 소통의 수단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러스는 세포 조직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주 엉성한 구조를 가진 생명체다. 어떤 경우 생명체라고 정의하기도 힘든 존재이기도 하다. 아주 단순한 단백질과 유전자를 구성하는 핵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숙주의 몸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대사가 정지되고 아주 조그만 단백질 덩어리로 존재한다. 이 극미(極微)의 단백질 덩어리는 오감의 감각기관도 없고 신경계도 뇌도 없다. 따라서 외부 세계를 인식할만한 어떤 수단도 갖추지 못했고 상황을 판단할 의식 체계도 없다. 거의 무생물에 가깝다. 내가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바이러스가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단계라고 교과서에 나와 있었다.
전자 현미경으로 수만 배 이상 확대해야 겨우 보일 정도로 미세한 단백질 가루인 바이러스는 숙주가 되는 생명체 속에 들어가면 갑자기 생명 활동을 시작한다. 숙주의 몸으로부터 생명 유지에 필요한 영양을 취하여 복제를 하기 시작한다. 고등 생물의 감각 기관이라는 것은 극미의 세계에서 보면 아주 거대한 구조물이다. 수십만 혹은 수백만 개의 세포가 결합되어 하나의 감각 기관이 형성된다. 그래야 빛의 광자나 피부 조직에서 발생되는 전자기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더구나 냄새나 맛은 어떤 물질의 분자를 감각 기관이 수용할 수 있어야 인지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단세포의 구성 요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바이러스는 그런 외부 세계의 정보를 감지할 수 있는 어떤 수단도 갖추지 못했다. 그런 바이러스가 자신이 공기 중에 있는지 생명체의 몸 속에 들어와 있는지 귀신처럼 알아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생명체가 어떤 생명체인가도 정확하게 알아낸다. 자신이 활동하기에 적합한 생명체인지 알고 있다. 예를 들면 조류 독감 바이러스는 반드시 닭이나 오리 등 조류의 몸 속에 들어갔을 때만 활동을 시작한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소, 돼지, 염소,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의 몸에서만 생명 활동을 시작한다.
감각 기관도 두뇌도 없는 엉성한 생명체인 바이러스는 숙주의 몸에 들어와서도 자신이 정착할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예를 들면 간염 바이러스는 우리 몸속에 들어와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다른 장기는 거들떠도 안보고 정확하게 간에 정착한다. 바이러스는 감각기관이나 신경 조직, 뇌와 같은 논리회로도 없는데 어떻게 사람의 몸인지,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의 몸인지, 새의 몸인지를 구분할 수 있을까? 사람의 몸 속에서도 어떻게 허파인지 간인지 심장인지를 알아차릴 수 있을까?
바이러스는 숙주의 몸 속에 들어와서도 바로 증식하지 않는다. 잠복기라는 것을 거친다. 이 잠복기를 용원화 상태라고 하는데 이 시기는 바이러스가 잠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가 일정한 잠복기가 지나면 일제히 깨어나서 복제를 시작한다. 숙주의 기관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를 용균화 상태라고 한다. 생체에 침투한 바이러스가 용원화 상태에서 용균화 상태로 전환되는 데는 어떤 시그널이 분명히 존재할 것인데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잠복기 동안 바이러스들은 정확하게 숙주의 면역체계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확실하게 해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냥 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숙주를 연구하고 탐색하고 파괴할 방법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용균화의 시그널을 접수하자마자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숙주의 기관을 침식하고 파괴하기 시작한다. 이 바이러스들은 어떤 정보 수단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진은 태국의 밀림에 서식하고 있는 왕개미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왕개미가 '오피오코디셉스(opiocordyceps)' 라는 버섯의 종균에 감염되면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개미는 마치 술취한 듯 나무의 아랫 부분을 맴돌다가 정오 무렵 나뭇잎의 잎맥을 물고는 꼼짝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해가 지면 죽는데 밤이 되면 개미의 몸을 뚫고 버섯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개미를 해부해 보니 몸 속은 버섯 세포로 가득하고 개미의 근육에서 칼슘 성분이 전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칼슘이 없어지면 시신의 사후강직(死後强直) 상태가 더 강해진다. 개미가 잎맥을 물고 강하게 굳어야 잎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버섯은 개미의 몸에서 칼슘을 모조리 없애버린 것이다. 그런데 왕개미들이 잎맥을 물고 죽은 위치가 전부 지상 25cm 높이였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이 위치가 습도나 온도의 측면에서 이 버섯이 생존하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버섯은 식물이다. 감각기관도 없고 의식이 발현되는 뇌도 없다. 그러나 종균 상태에서 살아있는 왕개미를 조종하여 자신이 가장 잘 성장할 수 있는 위치에서 죽게 만들어 생장한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버섯보다는 왕개미가 엄청나게 많이 진화된 생물이다. 그런데 뇌는 물론 감각기관도 없는 버섯류가 감각기관과 두뇌가 있는 왕개미를 자신의 목적에 맞게 조종한다. 어떤 신호체계로 이런 불가사의한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
일본 큐슈 동부해안에 코시마라는 섬이 있다. 이 섬에는 마칵원숭이라는 일본 원숭이가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다. 1952년부터 일본의 동물학자들은 이 원숭이들에게 먹이를 공급하면서 그들의 학습 능력을 연구하고 있었다. 학자들이 공급한 먹이 중에 생고구마가 있었다. 그곳의 원숭이들은 고구마는 처음 접해보는 먹이였다. 처음에 원숭이들은 흙이 묻은 고구마를 어떻게 먹는지 몰라 이리저리 궁리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원숭이가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는 방법을 발견했다. 다른 원숭이들도 전부 이 방법을 따라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섬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의 원숭이들도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기 시작했다.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먼 거리에 떨어져있는 원숭이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멀리 떨어진 혼슈의 다가사키 산에 살고 있는 원숭이들까지도 거의 동시에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영국에 서식하고 있는 텃새인 푸른 박새가 각 가정으로 배달된 우유병의 뚜껑을 부리로 쪼아 우유를 먹는 방법을 알게 되자, 이 방법이 금방 유럽 대륙 전역으로 전파되어 아침이면 유럽 전역에서 박새들이 우유병 쪼는 소리로 시끄러웠다고 한다. 영국 박새의 활동 반경이 15km를 넘지 못하는데 어떻게 유럽 대륙의 박새들이 그 방법을 전수받을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오감이 감지하는 색(色), 성(聲), 향(香), 미(味), 촉(觸)은 시간과 공간이 지배하는 세계에서의 정보일 뿐이다. 그러나 시공을 벗어난 또 다른 세계의 정보가 있을 수 있음을 몇가지 사례를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의 오감이 감지하는 세계는 어쩌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세계의 극히 일부분일 수도 있다.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오감이 전하는 정보에만 안주해 있어 그 너머의 거대한 세계를 모르고 있을 수 있다. 우리가 모르는 그 세계가 우리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세계를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다.
동양의 오행(五行)에 대한 이론은 사실 우리의 오감으로 감지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한 문을 열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동양에서는 고대부터 기(氣)에 대한 개념을 발전시켜 왔고 기에 대한 이론적 근거로 음양오행론이라는 이론 체계를 만들었다.현대 과학, 특히 물리학에서는 이 세계를 이루고 있는 가장 궁극적인 재료가 무엇인가를 밝혀내려고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그 궁극의 질료(質料)가 밝혀지면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양에서는 수천년 전부터 음양오행론이라는 이론을 통해 세상의 일들을 설명해 왔다. 그러나 음양오행론은 지금의 발달한 물리학 이론의 어느 구석에서도 언급되지 않고 있다. 만약 음양오행론이라는 동양의 전통 이론이 현대 물리학적인 분석을 통해 증명될 수만 있다면 파천황(破天荒)의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다. 음양오행론이 만약 허구라면 동양의 모든 전통 학문은 전부 엉터리가 되고 미신이 되고 만다. 지금도 일부 서양 의학을 공부한 의사들은 음양오행론을 바탕으로 한 한의학을 미신으로 취급하고 있다. 명리학이나 풍수학 등은 더더욱 그런 취급을 받고 있다.
이제 현대 물리학이 발견하고 제시한 모든 이론을 통해 음양오행론의 물리학적 단서를 찾아보자. 그에 앞서, 나는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물리학에 특별한 소양을 갖춘 사람도 아니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적인 수준의 물리학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음양오행론에 관한 물리학적 설명을 하기 위해 꽤 많은 자료를 들쳐보고 궁리를 해 왔다. 상식적 수준의 물리학 지식을 가진 사람의 의견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글을 읽어주기 바란다.
19세기 말까지 물리학자들은 물질의 최소 단위가 원자라고 알고 있었다.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인 입자가 원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0세기 초 원자의 내부를 파악할 수 있었는데, 원자 부피의 만분의 일 정도 크기의 원자핵과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다가 1932년 원자핵이 사실은 양성자와 중성자, 두 가지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원자핵에 들어있는 양성자 수가 원자의 번호가 된다. 수소의 원자핵에는 양성자가 하나가 있어 수소의 원자번호는 1이 된다. 산소는 원자핵에 양성자가 여덟 개가 있어 원자번호가 8이 된다. 이후 물리학자들은 양성자나 중성자와 같은 하드론을 물질의 최소 단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964년 하드론을 구성하는 입자인 쿼크에 대한 가설이 등장해서 새로운 원자모형이 만들어졌다. 이 가설은 나중에 입자가속기에 의한 실험으로 증명이 되었다.
물질을 쪼개고 쪼개 더 이상 다른 구성요소로 쪼개질 수 없는 최종적인 점입자를 소립자(素粒子)라고 한다. 관측기술이 발달하면서 300종류 정도의 소립자들이 발견되었다. 이 소립자들은 무게에 따라 세가지로 분류했다. 무거운 입자를 바리온, 가벼운 입자를 렙톤, 그 중간을 메존이라 했다. 소립자는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입자를 말하는데 물리학자들이 연구와 실험을 계속해 본 결과, 소립자들은 쿼크라는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물질 상호간에는 여러 종류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 중력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힘 중에서 제일 먼저 발견되었다. 중력은 질량을 가진 물질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을 말한다. 이 중력은 워낙 미약해 천체와 같은 거시적 존재에서만 수학적 계산이 가능해진다. 전자기력이 두 번째로 발견되었다. 입자 중에는 양전하를 띤 양성자와 음전하를 띤 전자 사이의 상호 작용력이 발생한다. 이것을 전자기력이라고 한다. 세 번째 힘은 강한 핵력이다. 같은 전하를 띤 입자끼리는 강하게 서로를 밀어내는데 이 힘이 대단히 강하다. 이렇게 강하게 반발하는 양성자들을 묶어 결합된 상태를 유지시키려면 더 강한 힘으로 이것들을 누르고 있어야 한다. 이 힘을 강한 핵력, 다른 말로 강력(强力)이라고 한다. 이 강력의 세기가 얼마나 큰지는, 원자핵 내부에서 강력이 풀어져 양성자들이 반발하면서 발생되는 에너지를 이용한 원자폭탄의 위력을 보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 힘은 양성자에서 방사선을 배출하거나 원자핵을 붕괴시키는 힘인 약한 핵력, 다른 말로 약력(弱力)이 있다.
물질의 극미 세계를 들여다봤을 때 쿼크라는 소립자와 입자 상호간에 작용하는 네가지 힘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것들로 음양오행론을 설명할 수는 없다. 또 다른 뭔가를 찾아야 한다.
물질의 최소 극미 단계를 입자(粒子)라는 이름으로 부르니 사람들은 대부분 작은 알갱이를 연상한다. 그리고 그것은 무게와 위치를 가지고 '존재하는 것' 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물질의 단계를 벗어난 행태를 보였다. 그것은 존재한다기 보다 존재할 확률이 있다고 물리학자들은 정의했다. 이것들이 존재할 시공간상의 일정 부분을 장(場 field)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광자가 존재할 확률이 있는 시공간상의 특정 부분을 전기장(電氣場)이라고 했다.
고전 물리학에서는 에너지 불변의 법칙이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겨져 왔다. 우주 전체의 에너지 총량은 줄지도 늘지도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는 이론이다. 에너지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주 전체의 질량도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만 에너지가 질량으로 바뀌고 질량이 에너지로 변화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우주물질의 총량은 태초 이후부터 늘지도 줄지도 않았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양자들의 정체를 알고나서 학자들은 에너지 불변의 법칙이 결코 금과옥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립자들이 허깨비처럼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 나타나기도 했다. 진공으로부터 물질은 언제자 생기고 있었고 또한 소멸되기도 했다. 한 번 존재했던 것은 영원히 존재한다는 원칙이 무너졌다. 이제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존재한다' 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존재의 근원에 대한 개념이 엄청나게 크게 수정되어야 했다. 그러나 이 정도를 가지고 음양오행을 설명하기에는 미흡하다.
연구를 거듭하던 물리학자들은 빛보다 빠른 입자, 질량이 없는 입자, 공간과 시간의 지배를 받는 4차원의 세계를 뛰어넘는 차원에 대한 가설을 내놓기 시작했다. 1968년 수학자 오일러(Euler)가 제기한 '오일러 방정식' 이 물리학자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고, 십년이 넘도록 이 방정식을 연구해 온 물리학자들은 이 방정식이 점으로 된 입자에 대한 수학식이 아니고 길이를 가진 선에 대한 공식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미국의 젊은 물리학자 서스킨드는 이 방정식이 물질 상호간에 작용하는 네가지 힘 중 강력(强力)에 관한 수학식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방정식은 신축성을 가진 어떤 존재, 늘어나거나 줄어들기도 하면서 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어떤 것이라야 올바른 해(解)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서스킨드는 '끈(string)' 이라는 이름을 여기에 붙였다. 끈 이론이 물리학계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물질의 최종 단계가 점과 같은 입자라는 고정관념이 지배하던 물리학계에서 끈이론은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다.
끈이론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구하던 소수의 물리학자들 중 죤 슈바르츠가 1973년 중력에 대한 설명이 끈이론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중력이 미시세계의 힘과 같이 하나의 수학식으로 정의되려면 질량이 없는 입자가 존재해야 가능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슈바르츠는 이 입자를 중력자라고 불렀다. '질량이 없는 입자' 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 라는 뜻이기 때문에 이 가설도 물리학계의 배척을 받았다. 또 한가지 당시 물리학계에서 끈이론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오일러 방정식의 변칙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슈바르츠의 연구에 마이클 그린이라는 유명한 물리학자가 가세하여 드디어 1984년 여름 끈이론이 수학적으로 완성되었다. 빛보다 빠른 입자, 질량이 없는 입자, 또 다른 차원에 대한 개연성이 이론적으로 성립된 것이었다. 이제 氣의 세계에 어느 정도 접근한 것 같다.
물질의 최종적이고 궁극적인 바탕은 질량도 아니고 에너지도 아니었다. 끈이론이 발표되기 이전에는 이 세계가 질량과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물리학자들은 정의하고 있었다. 우주의 모든 존재는 질량과 에너지 둘 중 하나여야 했다. 이 둘은 서로 성질을 바꿀 수는 있었다. 질량이 에너지로 바뀌기도 하고 에너지가 질량으로 바뀌기도 했다. 삼라만상 어떤 것도 질량도 에너지도 아닌 것은 없었다. 우주 전체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다는 불문률이 성립된 것이다. 그러나 끈이론에서는 입자의 질량값을 0으로 했을 때만 방정식이 풀어졌다. 즉 질량이 없다는 가정 아래서만 네가지 힘이 한 가지 공식으로 풀어졌다. 질량이 없으면 에너지도 없다. 우주의 가장 근본적인 힘을 설명하는데 질량도 없고 에너지도 없는 존재를 전제하지 않으면 이론적인 수학식을 풀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우주의 근본을 이루고 있는, 질량도 에너지도 없는 이 존재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끈이론은 세계 물리학계의 대세가 되었고 많은 물리학자들이 새로운 이론들을 발표했다. 중구난방으로 쏟아지는 이론들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정리가 되고, 엄밀한 검증을 거쳐 다섯 개의 이론만 남았다. 이 다섯가지 끈이론들은 모두 고유한 방정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 방정식들은 모순이나 변칙성이 없었다. 그런데 물리학자들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끈이라는 하나의 존재를 설명하는데 5가지 다른 법칙성이 존재한 것이다. 다섯 개의 각각 다른 방정식이 만들어진 것이다. 다시 말하면 끈은 다섯 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 무엇이라는 것이다.
1995년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세계 물리학자들이 학술대회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에드워드 위튼이라는 뛰어난 물리학자가 획기적인 이론을 발표했다. 위튼은 이날 발표에서 다섯 개의 각각 다른 끈이론은 사실 한 가지에 대한 다섯 개의 설명일 뿐 이들은 모두 같은 이론이라고 역설했다. 이 이론을 M이론이라고 한다. M이론에는 끈이론을 설명할 때 전제되는 10개의 차원에서 시간이 더해진 11개의 차원이 필요하다는 것도 덧붙여졌다.
이 우주는 공간에다 시간이 더해진 4차원이라고 물리학에선 말한다. 그러나 질량도 에너지도 없는 끈이론에서 끈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10차원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M이론에서는 11차원을 거론한다. 차원에 대한 이론에서 점(點), 선(線), 면(面)의 3차원으로 이루어진 공간에 시간이 더해져 4차원이 되었다는 것은 이해할 만 한데 10차원이니 11차원이니 하는 얘기는 좀 어려운 얘기다. 나는 차원이라는 물리학적 용어를,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이 우주가 전부가 아니라 이 우주와 겹쳐진 수많은 다른 우주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다른 차원의 우주끼리는 서로 교류하고 있는데, 질량도 에너지도 없는 끈이라는 근본 존재로 소통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질량과 에너지의 근원이 되는 끈은 서로 다른 차원의 우주들을 자유롭게 여행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여행한다는 표현은 시간과 공간의 차원에서만 통용될 수 있는 말이므로 끈에 대한 설명으로는 적당하지 않을 것 같다. 끈은 모든 차원에서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편재(遍在)한다는 뜻이다.
우리의 우주는 완전하게 독립되어 닫혀있는, 그래서 에너지나 질량의 총량이 불변인 밀폐된 그런 곳이 아니라,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근원이 되는 존재들은 아무 걸림 없이 수많은 우주들에서 자신을 나투고 있다.
'끈(string)' 에 대한 현대물리학 이론에서 동양의 '기(氣)' 에 대한 단서가 아주 조금 엿보인다. 끈이론의 서로 다른 다섯 가지 방정식은 오행에 관한 물리학적 공식이라고 짐작한다. 끈이론은 물리학 입장에서는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지만 동양의 음양오행론은 수천년 전부터 연구되어 왔고 실증적으로 체험되고 확인되어 왔다. 우주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정미(精微)한 존재로 인해 물질이 생명이 탄생할 수 있었고 우주라는 거대한 메커니즘이 움직이고 있다고 고대부터 동양의 현인들은 얘기해 왔다. 동양학의 근본이 바로 음양오행론이다. 이 음양오행론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망라한다. 끈이론이 그렇듯 氣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넘나든다. 그래서 음양오행론을 통해 시간과 공간 너머를 알아볼 수 있고, 음양오행론을 통해 건강을 운명을 알 수 있는 것이다.
氣는 정보이기도 하고 의식이기도 하다. 현대물리학에서 발견한 '끈' 이 우주의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라면 이 끈 역시 정보이며 의식이다. 그렇다면 우주, 수 많은 차원으로 서로 겹쳐져 있는 많은 우주도 역시 정보이며 의식이다. 한 마음인 것이다. 그래서 바이러스는 감각기관도 신경계도 존재하지 않는데도 정확하게 숙주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 오감이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근원적인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왕개미의 몸 속에 침투한 곰팡이 버섯의 유전자들은 수만년 진화의 프로세스대로 氣를 통해 왕개미를 조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원숭이가 고구마를 씻어 먹고 박새가 우유병 뚜껑을 부리로 쪼아대는 것도 의식의 편재, 정보의 편재, 氣의 편재 때문에 가능하다. 다른 말로는 '끈'의 편재이기도 하다.
불교의 공안(公案) 중에 부모미생전본래면목(父母未生前本來面目)이라는 것이 있다. 부모는 음양을 의미하는데 음양이전은 빅뱅 이전, 즉 우주가 만들어지기 이전 소식을 묻는 것이다. 의식의 분화 이전, 즉 한 마음이 생기기 이전의 소식을 묻는다. 氣, 정보, 의식, 끈은 물질로의 연화(衍化) 이전의 바탕이라고 한다면 현대 물리학의 끈이론은 진리의 문을 여는 문고리를 잡은 셈이다. 그 문이 열리는 날 파천황의 새로운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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