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이 되어 고향에 집을 짓고 있다.
3월 12일, 150년 된 古家를 헐고 평토 작업을 했다.
그날 봄비가 부슬부슬 내렸고, 빗속에서 靑梅가 만발해 있었다.
백년이 훨씬 넘은 집을 이십년 이상 비워둔 탓에 겉은 쇠락할대로 쇠락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속살은 그렇지 않았다. 기둥도 배흘림으로 깎았고 청마루의 널도 매우 두꺼웠고 하나도 상하지 않았다. 흙과 짚을 이겨 바른 벽도 굴삭기로 긁었는데도 깨지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면서 떨어져 나왔다.
아버님 별세 후 20년을 빈집으로 있었다.
산이 아무리 높아도 신선이 살지 않으면 유명하지 않고 물이 아무리 깊어도 용이 살지 않으면 영험하지 않다고 옛글은 전한다. 아버님 떠나신 후 세월의 풍화작용으로 집은 쇠락해져 갔다. 빈집은 쓸쓸히 홀로 그렇게 서 있었고, 내게는 그 집이 가슴의 돌덩이로 늘 무거웠다. 나이 60이 넘어 가슴의 돌덩이를 내려놓기로 했다.
집을 철거하고 그 터의 한가운데 서보니 내가 자랄 때는 몰랐던 기운이 느껴졌다.
밝고 따뜻하고 강한 기운이었다.
좌청룡이 가까이 뻗어있고 우백호가 멀리 휘감아 기운을 잡아주고 있었다. 국사봉에서 흘러 온 맥이 뒷산에서 맺혔고 멀리 대방산이 안산으로 버텨준다.
백년이 훨씬 넘도록 굳건하게 터를 지킬 수 있는 집을 지으신 조상님께 부끄럽지 않은 집을 지으려고 했다. 품도 많이 들고 비용도 엄청나게 들었지만, 앞으로 몇백년은 갈 수 있는 집을 지었다. 흙과 나무 등 자연 소재만으로 정말 튼튼하게 지었다.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돌담도 쌓아야 되고 조경도 해야 한다.
천천히 숨고르기를 하면서 정성을 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