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반여사(新考槃餘事)
용궁사 동백꽃
금린학당
2012. 1. 16. 20:23
용궁사 동백꽃
용궁사 입구
동백꽃 그늘 아래
두 다리 잘린 사내 하나
배에 고무판 깔고 벌레처럼 땅을 긴다
사내가 밀고 가는 복전함 위 스피커엔
반야심경 흘러 나오고
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목탁소리 청아하고 염불소리 구성지다
건강하세요
건강하세요
지나가는 사람들 향해
사내는 연신 건강하세요 외친다
벌레처럼 땅을 기는 사내를 피해
멀찌감치 돌아간 사람들
부처 새겨진 돌덩이 앞에
천원 오천원 만원 놓고
합장하며 절한다
벌레처럼 땅을 기는 사내 옆으로
기름 반지르르 흐르는 고급 승용차 지나간다
뒷좌석에 기름 반지르르 흐르는 스님 타고 있다
큰 스님이란다
키는 작달막한데 큰 스님이란다
달고 있는 물건이 커서 큰 스님인가?
큰 스님 법좌에 떡하니 좌정하고
주장자 들어 쿵 한 번 내려찍고
왼손 검지를 곧추세우며
대갈일성
이 뭣고!!!!
...........
장난하냐?
뭐긴 뭐야 손가락이지
그래도
만장하신 선남자 선여인
합장하며 엎드린다
요망한 언사가 법당마다 가득하다
큰 스님에게 절 하고
돌덩이에 절 하고
큰 스님에게 돈 바치고
돌덩이에 돈 바치고
선남자 선여인이여
붉은 해 서산으로 넘어가고
흰 달 수평선에서 떠오르는데
용궁사 입구
동백꽃 그늘 아래
벌레처럼 땅바닥 기는
살아있는 부처님
생불의 법문을 들어라
건강하세요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