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말한다

2. 운칠기삼(運七技三)

금린학당 2010. 8. 27. 16:49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스핑크스는 길 가는 나그네를 붙잡고 수수께끼를 내, 풀지 못하면 잡아먹어버렸다. 그런데 오이디푸스가 정답을 말하자 이번엔 스핑크스가 스스로 절벽 밑으로 떨어져 죽었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는 불행, 고통, 불운으로 대체할 수 있다. 불행은 우리 인생의 길목을 막고 수수께끼를 낸다.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면, 오이디푸스처럼 풀 수 있다면 우리는 불행을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불행 때문에 크게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불행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우리는 불행이라는 괴물에게 잡아 먹힐 것이다. 불행의 질곡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우리 인생에서 만나는 불행이라는 수수께끼를 어떻게 풀 것인가? 이제부터 그 답을 찾아보자.

     우리는 너 나 할것 없이 모두 삶의 길목에서 몇번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에 맞닥뜨린다. 필요하기 때문에 그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풀지 못하면 불행이라는 스핑크스에게 잡아 먹힌다.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져 헤어나지 못한다.

 

     남편의 사업 실패 때문에 가난의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는 한 여자가 있다.처음부터 가난했으면 지금처럼 고통스럽지는 않았을텐데 남편의 직장도 좋았고 자신도 고액 연봉의 직장인이었다.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는데 결혼 당시에는 친정어머니도 부자여서 출가하는 딸에게 상당한 재산을 나누어 주었다. 신혼부부가 도심 요지에 4 층짜리 상가건물을 소유하고 있을 정도였다.

     대학 시절 통역사 준비를 했던 여자는 영어. 일본어에 능통했고 피아노 연주 솜씨도 수준급이었다.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살던 부부에게 서서히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직장을 잘 다니던 남편이 갑자기 직장을 그만 두고 사업을 시작했던 것이다.

     학벌도 좋고 능력도 있고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성실한 남편이었는데, 직장생할을 할 때는 정말 인정받고 유능한 사람이었는데 사업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 동안 이루어 놓았던 재산이 조금씩 축이나기 시작했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이 빠져나가듯 재산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남편이 사업을 시작한 후 10 여년이 흐른 지금  제법 많던 재산은 다 날아가고 담보 설정액이 시세보다 더 많은 작은 아파트 한 채 남아있다. 그것도 경매로 넘어가 곧 집을 비워야 하는 형편이다. 여자는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이것 저것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돈을 벌어 왔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아이들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하고싶은 공부를, 가고싶은 학교를 포기할 때 정말 고통스러웠고 아이들한테 미안하고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자신이 자랄 때는 하고 싶은 공부 다 하고 아무런 부족함이 없었는데 정작 자신의 아이들한테는 제대로 해줄 수 없는 현실 때문에 가슴 아팠다.

     돈 걱정이 가장 가벼운 걱정이라고들 하지만 옥죄어 오는 경제적 압박감과 옛날에 누리던 것을 다 잃었다는 상실감은 엄청난 고통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네 식구가 길거리로 쫓겨날 형편이다. 보금자리를 잃는다는 것은 당장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온다. 극단적인 두려움이 엄습해서 입안이 바짝 바짝 타들어 갔다. 집도 절도 없는 부랑자 신세가 바로 코앞에 닥쳐있다.

     고통을 벗어나고 싶었다. 아침에 잠이 깨어 현실에 맞딱드리는 것이 두렵고 싫었다. 영원히 잠들어서 깨어나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도 잠자는 동안만은 고통의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 같았다. 영원히 깨고 싶지 않아 수십 알의 수면제를 삼켰다. 죽으려고 먹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며칠이라도 잠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현실의 고통 속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데 그 시간은 별로 길지 않았다. 12 시간 정도 잠을 잔 뒤 멀쩡하게 깨어났다. 후유증은 며칠 갔지만 몸도 크게 상하지 않았다.

     어느날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허공으로 발걸음을 내딛고 싶어졌다. 죽는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잠깐 허공을 날고 싶었다. 그래서 현실의 고통을 잊고 싶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허공을 날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

 

     그녀는 공항의 면세점에서 판매원으로 일하고 있다. 유창한 외국어 실력 때문에 그래도 괜찮은 직장을 얻었다. 여자 혼자의 벌이로 대학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다. 남편은 단 한푼의 생활비도 보태주지 않는다. 오히려 아내에게서 용돈을 얻어 간다. 부지런하고 적극적이며 친화력이 있는 성격이고 외모도 빼어나 판매 실적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처음 면세점 판매원으로 출근했을 때 매우 힘들었다고 했다. 부끄러워 숨고 싶었다. 자신의 처지가 너무 처량하게 느껴졌다. 옛날에는 고급 의류  매장의 중요 고객으로 행세하던 자신이 이제는 온갖 손님들의 지청구를 다 듣고 까다로운 손님들의 비위를 맞춰야하는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지금의 처지가 너무 비참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자식들을 데리고 먹고 살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었다. 몇년간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능력을 인정받아 월급도 올라갔다. 그러나 형편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수입으로 살얼음을 밟듯이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 사람의 남편 사주를 분석해 보니 사업에는 전혀 맞지 않는 팔자였다. 관운(官運)이 강해서 성격이 규범적이고 원칙주의자였다. 운로(運路)의 진행도  좋지 못해 월급 받으면서 소박하게 살아야 될 팔자였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실력만 믿고 투자를 해서 돈을 벌겠다고 나섰으니 실패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실력과 노력만으로 사업을 해서 성공할 수는 없다. 노력은 누구나 한다. 돈을 투자해서 사업체를 벌여 놓은 사람치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력의 정도는 거의 비슷하다. 그렇다면 실력으로 사업의 승패가 판가름 나는가? 실력 좋은 사람이 사업을 해서 성공한다면 각 부문의 박사급 인재들이 모두 성공한 사업가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떤 부문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도 그 부문에 관한 사업에서 성공한 사례가 수 없이 많다. 오히려 대학 교수들이 자기의 전공과 관련된 사업을 시작해서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 아마도 대학 교수들이 시작한 사업치고 성공한 예가 드물 것이다. 사업은 노력과 실력만으로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업을 해 본 많은 사람들이 운칠기삼(運七技三)을 흔히 얘기한다.사업을 해서 성공하는 요인 중 운(運)이 70 퍼센트이고 노력이나 기술이 30 퍼센트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운이 99 퍼센트라고 확언한다. 내가 운명을 연구하는 입장이라서 운명론자라고 생각할런지 모르지만, 운명을 깊이 연구해 본 결과와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간명(看命)해 본 경험으로 보면 우리는 결정되어 있는 운명대로 살아갈 수 밖에 없게 되어 있다. 우리는 팔자(八字)대로 살아간다. 팔자를 고칠 수는 없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되고 누에는 뽕잎을 먹어야 된다. 다른 것을 먹으면 탈이 난다. 결정되어 있는 운명대로 살아가는 것이 안전하다.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자신의 운명적인 각본을 거부하고 과도한 욕심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재물에 대한 과도한 욕심을 부릴 경우 사람들은 쉽게 불행을 겪게된다. 그것은 재운(財運)이 가지는 특징 때문이다. 재운에 관해서는 뒤에 따로 상세하게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서울대학 경제과를 졸업한 30 대 후반의 남자는 10 여년을 사법시험에 매달려 있는데 계속 실패를 하고 있다. 팔자에 관운(官運)이 없고 오히려 관운을 거부(剋)하는 상관(傷官)이 강한 사주였다.

     아버지가 옛날 철도청의 기능직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공부를 잘하는 아들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다. 아들이 서울대학에 합격하자 아버지의 기대는 한껏 부풀어 올랐다. 서울대학에 들어간 아들을 둔 아버지는 주변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대부분 가난한 서민들인 아버지의 친구들은 서울대학에 들어간 아들을 둔 아버지를 부러워 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출세하기를 바랐다. '고등고시'를 쳐서 판검사가 되기를 바랐다. 착한 아들은 아버지의 소망대로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두뇌도 명석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성향이라 3, 4 년 공부하면 합격할 걸로 예상했다. 그러나 열 번 이상 응시했으나 계속 실패였다. 자신도 왜 자꾸 떨어지는 지 원인을 모르겠다고 했다. 같이 사법시험을 시작했던 친구들은 대부분 중견 법조인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공부를 하면서 서로의 실력을 비교해 보면 그들 보다 자신이 뛰어나다는 것을 자타가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시험만 치면 번번이 실패했다.

     그는 팔자에 관운과 인연이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또한 대운(大運)의 흐름도 50 대부터 좋아지게 되어 있었다. 차라리 학자가 되어 강의를 하거나 저술활동을 하는 것이 그에게는 훨씬 유리할 수 있었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성향이기 때문에 규범적이고 딱딱한 조직인 공직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주였다. 50 대 이후, 운이 좋아지기 시작하면 그 동안 쌓아왔던 자신의 명성과 실력으로 부귀를 다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10 년 이상을 자신의 팔자와는 무관한 관운을 획득하려고 애쓰다가 아까운 세월만 허비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잃어버린 10 년이 되고 말았다. 그 10 년을 자신의 팔자와 맞는 쪽으로 매진했더라면 그의 삶은 훨씬 편안하고 행복했을 것이다. 주변의 기대나, 일반적인 관점에서의 출세나 부귀영화에 매몰돼서는 안된다.팔자대로 살지 않으면 반드시 힘들어진다.